"사무친 원한이 인간에게 미치는 영향이 정말 크구나!
왕일지라도 신하에게 원한을 사서는 안 되거늘
하물며 같은 지위에 있는 사람에야!"
-[오자서열전] 중 사마천의 논평
제5장 심세(審勢) 구절들을 모아 보았다.
-뚝심 있는 행동도 때에 따라서는 유보할 수 있어야 한다._주아부
정직한 사람이 되려면 뚝심은 필수적이다. 그렇지 않으면 정직은 입에 담을 수도 없다.
그러나 상황이 허락하지 않을 때에는 자신의 뚝심을 유보하는 지혜 또한 필요하다. 상황에 원만하게 대처해야 한다는 의미다. 그렇지 않으면 큰 손해를 볼 수도 있다.
※ 정직한 사람은 아무 의미 없이 희생되는 사람이 돼서는 안 된다, 우선 자신의 목숨을 보전한 후에야 자신의 정직함을 극대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주아부는 존경할 만한 사람이었다. 그러나 방법이 현명하지 못했다. 사람들은 이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 적을 많이 만들지 않는 원교근공(遠交近功) 전략_범저
자신의 능력을 발휘하는 과정에서 언제든지 경쟁 상대를 만날 수 있다. 그러나 모든 상대를 적으로 만들어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적이 너무 많으면 행동이 어렵게 된다. 자칫하면 단 한 걸음도 움직이지 못하게 된다. 잠시 이익이 되지 않는 갈등관계의 상대에게는 친구처럼 대해도 무방하다.
※ 영토를 정벌하기 위해 나섰다 지리적 제약 조건으로 난관에 부딪혔을 때는 우선 가까운 적부터 공격해야 한다.
가까운 적을 놔둔 채 멀리 있는 적부터 공격하는 것은 인력과 시간의 낭비를 초래할 뿐이다. 적의 동맹을 와해시키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서든 적들을 분리시켜 각개격파해야 하는 것이다 물론 가까운 적을 소멸시킨 다음에는 당연히 동맹을 맺은 멀리 있는 국가가 새로운 공격 대상이 돼야 한다. 멀리 있는 국가와 동맹관계를 맺는 것은 실제로는 너무 많은 적을 만드는 것을 피하기 이햐 채택하는 외교적 사기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전략은 인간 사회의 처세에도 적용된다. 친구가 하나 많아지면 위험이 그만큼 덜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걱정이 덜어지면 전심전력으로 당장 급한 일부터 해결해 나갈 수 있다.
- 원칙에 얽매이는 진부한 생각은 능력이 아니다._오자서
처세할 때나 일을 처리할 때 원칙에 얽매이는 것은 대단히 진부한 행동일 수 있다. 진부한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의 차이는 그다지 크지 않다. 진리가 앞으로 한 걸음 더 나아가면 오류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것은 바로 진리가 진부함과 별 차이가 없음을 두고 하는 말이다.
※ 의미 있는 희생만이 의(義)라고 할 수 있다. 의미 없는 희생은 바보 같은 짓이다. 피해야 할 때는 피해야 한다. 그래야 기회가 올 때 꽉 붙잡을 수 있다. 이것이 지혜로운 사람의 자세다. 오사는 강직했지만 우둔함의 전형이었다. 그러나 그의 아들 오자서는 지혜로운 사람의 대명사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극단적으로 엇갈리는 이런 행동 사이에는 우리가 체득해야 할 교훈들이 많다.
-남이 싫어하는 행동을 하지 않는 것이 의심을 피하는 길이다._소하
속담에 "도둑맞는 것은 두렵지 않으나 도둑질을 생각하는 도둑은 두렵다."라는 말이 있다. 이는 인간관계에서도 마찬가지다. 가장 두려워해야 하는 것이 다른 사람으로부터 부담스러운 존재로 인식되는 일이다. 만약 어떤 사람으로부터 공격을 당하거나 견제의 대상이 된다는 것은 인생 먹구름이 낀 것이나 다름없다. 그러면 어떻게 이런 벌집을 건드리지 않을 수 있을까? 가장 바람직한 방법은 남이 꺼리는 것은 피하는 것이다.
※ 유방 수하의 공신들 중에 각종 이유로 피살된 비운의 주인공은 한신 한 사람만이 아니다. 그들과 소하의 차이는 어디에 있었을까? 소하가 사람의 마음을 읽는 능력이 다른 사람보다 높았을 뿐이다. 우리도 조금만 조심한다면 다른 사람들이 꺼리는 함정에 빠지지 않을 수 있다. 그렇게 되면 다른 사람과의 교제는 더욱 순탄해질 것이다.
- 다른 사람을 자신의 생각대로 이끌다._장의(張儀)
뛰어난 언변은 처세를 잘할 수 있는 밑거름이 된다. 그러나 말을 잘하기는 쉬워도 사람을 감동시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전체 상황을 파악하지 못하거나 상대방의 심리를 완전히 꿰뚫지 못하면 자신의 목적을 달성하기 어렵다.
※ 사물의 표면을 가리고 있는 차단막을 벗겨낸 다음 사물의 표면과 배후의 진리 및 본질을 통찰하게 된 사람은 사물이 이치를 분명하게 인식할 수 있다. 더불어 사물의 발전 규칙과 미래 발전의 방향도 제대로 파악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평범한 사람보다 훨씬 높은 예견 능력과 판단력을 갖추게 된다. 더 나아가 원칙에 따라 원만하게 적절히 대응하는 도를 분명하게 깨달을 수 있다.
-옛 원칙을 지켜 무위의 정치를 이룩하다._조참
어떤 사람은 옛 것을 버리고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기를 좋아한다. 또 어떤 사람은 그저 옛 원칙을 고수하기를 좋아한다. 앞의 사람은 그야말로 격정과 능력이 넘쳐 사방으로 천방지축 나대는 사람이라도 할 수 있다.
반면 뒤의 사람은 나이 많다고 거드름이나 피우는 흐리멍덩한 사람일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역사적 진실은 특정 조건하에서는 옛 원칙을 지키는 보수적인 선택이 현명한 것이라는 사실을 말해준다. 흐리멍덩한 것이 현실에 부합하는 가장 최고의 행동이자 처세의 도인 것이다.
※ 조참은 원래 황로(黃老: 황제黃帝와 노자老子의 학문. 일반적으로 도교라고 할 수 있음-옮긴이)의 학문에 일가견이 있었다. 본인 자신은 무위의 정치를 주창하기도 했다. 한나라 초기의 사회는 장기적인 전쟁이 이어진 뒤라 그 어느 것보다 휴양생식이 필요했다. 따라서 조참의 '소규조수' 정책은 여후가 전권을 장악하고 황제는 정치적으로 무능한 상황이었던 당시의 사회적 필요에 딱 맞아떨어지는 정책이었다. 흐리멍덩함은 때로 큰일을 이루는 데 도움이 되고, 또 어느 때에는 큰일을 이루는 데 가장 탁월한 선택일 수도 있다. 조참은 우리에게 이런 분명한 가르침을 남겼다.
-참고문헌: '왼손에는 사기 오른손에는 삼국지를 들어라.'
사기의 5장 심세에 대해서 간단히 정리를 해 보았습니다.
다음 6장에선 처세(處世)에 대해서 알아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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